정기예금을 넣을 때 다들 “만기까지 안 찾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갑자기 차가 고장 나거나, 경조사가 겹치거나, 이사 비용이 생기거나. 예상 못 한 지출은 반드시 생긴다.
문제는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하면 이자를 거의 못 받는다는 거다. 어떤 은행은 기본금리의 10%만 주는 곳도 있다. 3% 금리 예금을 6개월 넣다가 해지하면 이자가 0.3%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이거 모르고 넣었다가 급하게 해지한 사람은 진짜 허탈하다.
이번 글에서 은행별 중도해지 금리를 비교하고, 비상금은 왜 예금에 넣으면 안 되는지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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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해지 금리란?
정기예금은 약속한 만기까지 돈을 맡기는 대신 높은 금리를 받는 구조다. 만기 전에 해지하면 약속을 어긴 거니까, 은행은 원래 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이게 중도해지 금리다.
중도해지 금리 계산 방식은 은행마다 다른데, 대체로 이렇게 나뉜다.
1. 기본금리의 일정 비율 — 예: 기본금리 × 50%
2. 경과 기간에 따라 차등 — 예: 1개월 미만 0.1%, 3개월 미만 1.0%, 6개월 미만 1.5%…
3. 고정 금리 — 예: 경과 기간 무관하게 연 0.1%
어떤 방식이든, 만기 금리의 절반 이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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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별 중도해지 금리 비교 (12개월 상품 기준)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중도해지 금리를 정리했다. 12개월 상품에 가입한 후, 경과 기간별로 어떤 금리를 받는지 비교한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기본 3.00%)
| 경과 기간 | 중도해지 금리 |
|———–|————-|
| 1개월 미만 | 연 0.10% |
| 1개월 이상 ~ 3개월 미만 | 기본금리 × 40% = 1.20% |
| 3개월 이상 ~ 6개월 미만 | 기본금리 × 60% = 1.80% |
| 6개월 이상 ~ 만기 미만 | 기본금리 × 80% = 2.40% |
카카오뱅크는 비교적 양심적인 편이다. 6개월 이상 넣었으면 기본금리의 80%는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약속한 3.00%의 80%인 2.40%라서, 0.60%p를 손해 본다.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 (기본 3.20%)
| 경과 기간 | 중도해지 금리 |
|———–|————-|
| 1개월 미만 | 연 0.10% |
| 1개월 이상 ~ 3개월 미만 | 약정금리 × 40% = 1.28% |
| 3개월 이상 ~ 6개월 미만 | 약정금리 × 60% = 1.92% |
| 6개월 이상 ~ 만기 미만 | 약정금리 × 80% = 2.56% |
케이뱅크도 카카오뱅크와 비슷한 구조다. 차이가 크지 않다.
SC은행 e-그린세이브예금 (기본 3.10%)
| 경과 기간 | 중도해지 금리 |
|———–|————-|
| 1개월 미만 | 연 0.10% |
| 1개월 이상 ~ 3개월 미만 | 약정금리 × 30% = 0.93% |
| 3개월 이상 ~ 6개월 미만 | 약정금리 × 50% = 1.55% |
| 6개월 이상 ~ 9개월 미만 | 약정금리 × 70% = 2.17% |
| 9개월 이상 ~ 만기 미만 | 약정금리 × 90% = 2.79% |
SC은행은 구간이 더 세분화되어 있다. 3개월 미만 해지 시 기본금리의 30%만 적용되는데, 이건 좀 가혹하다.
시중은행 평균적인 구조
대형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은 대체로 이런 패턴이다.
| 경과 기간 | 적용 금리 수준 |
|———–|————–|
| 1개월 미만 | 0.10% ~ 0.20% |
| 1~3개월 | 기본금리의 30~50% |
| 3~6개월 | 기본금리의 50~70% |
| 6개월~만기 | 기본금리의 70~90% |
은행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큰 틀은 비슷하다. 공통점은 하나다. 어떤 은행이든 중도해지하면 약속한 금리보다 훨씬 적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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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얼마나 손해인지 계산해보자
1,000만원을 12개월 예금(금리 3.00%)에 넣고, 6개월 차에 해지한다고 하자.
만기까지 유지했을 때
“`
이자 = 10,000,000 × 3.00% × 1년 = 300,000원
세후 = 300,000 – 46,200 = 25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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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에 중도해지했을 때 (기본금리의 80% 적용)
“`
적용 금리 = 3.00% × 80% = 2.40%
이자 = 10,000,000 × 2.40% × (6/12) = 120,000원
세후 = 120,000 – 18,480 = 101,520원
“`
비교
| 구분 | 세후 이자 |
|——|———-|
| 12개월 만기 | 253,800원 |
| 6개월 중도해지 | 101,520원 |
| 차이 | 152,280원 |
6개월을 넣었으니 만기 이자의 절반인 12만7천원쯤 받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10만원밖에 못 받는다. 기간도 절반이고 금리도 깎이니까 이중으로 손해다.
3개월에 해지하면 더 심하다.
“`
적용 금리 = 3.00% × 60% = 1.80%
이자 = 10,000,000 × 1.80% × (3/12) = 45,000원
세후 = 45,000 – 6,930 = 38,070원
“`
1천만원을 3개월 넣고 받는 이자가 세후 3만8천원. 같은 기간에 카카오뱅크 3개월 정기예금(2.80%)에 넣었으면 세후 5만9천원을 받았을 거다. 12개월짜리에 넣고 3개월에 해지하는 게 3개월짜리에 넣는 것보다 손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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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금은 왜 예금에 넣으면 안 되는가
내가 경험으로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 비상금과 예금은 섞으면 안 된다.
3년 전쯤에 나는 여유자금 전부를 12개월 정기예금에 넣었다. “어차피 안 쓸 돈이니까” 했다. 그런데 4개월 만에 냉장고가 고장 났다. 수리가 안 되는 모델이라 새로 사야 했다. 80만원이 급하게 필요했는데 통장에 잔액이 없었다.
결국 예금을 해지했다. 이자를 거의 못 받았다. 그것보다 더 짜증났던 건 “이거 비상금 따로 빼뒀으면 해지 안 해도 됐는데”라는 생각이었다. 80만원 때문에 1천만원 예금을 해지한 거다. 비효율의 극치였다.
그때부터 나는 규칙을 만들었다.
비상금은 따로 분리한다
비상금은 급하게 찾을 수 있으면서도 이자가 아예 0%은 아닌 곳에 넣어야 한다.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1. CMA (종합자산관리계좌)
증권사에서 개설하는 계좌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연 2~3% 정도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RP형 CMA는 비교적 안전하다.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으니까 언제 찾아도 그날까지의 이자를 받는다. 비상금 보관에는 이게 제일 낫다.
2. 파킹통장 (수시입출금 고금리 통장)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 토스뱅크 통장 같은 상품이다. 연 2% 안팎의 이자가 붙고, 언제든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다. CMA보다 접근성이 좋고, 예금자보호(5천만원까지)도 된다.
3. MMF (머니마켓펀드)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환매(출금)에 1~2영업일 걸리는 게 단점이지만, 수익률은 CMA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다. 정말 급한 비상금보다는 “1~2일 여유는 있는 비상금”용으로 적합하다.
비상금 얼마를 빼둘까
개인마다 다르지만, 내가 쓰는 기준은 월 생활비의 3개월분이다. 월 200만원 쓰는 사람이면 600만원. 이건 절대 예금에 넣지 않는다. CMA나 파킹통장에 항상 유동성 있게 둔다.
그 이상의 돈, 즉 3개월 치 이상 남는 진짜 여유자금만 정기예금에 넣는다. 이렇게 하면 비상 상황이 생겨도 예금을 해지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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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해지를 피하는 실전 팁
1. 기간을 나눠서 넣어라
1,200만원을 한 번에 12개월에 넣지 말고, 400만원씩 3개, 6개, 12개월로 나눠라. 3개월 후에 급한 돈이 필요하면 3개월짜리만 만기 처리하면 되니까 나머지 예금은 손대지 않아도 된다.
이걸 “사다리 예금” 또는 “래더링(laddering)”이라고 한다. 금리를 조금 손해보더라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나는 이 방법을 쓴 이후로 예금을 중도해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2. 만기 시점을 분산해라
12개월 예금 3개를 한 달 간격으로 가입하면, 매달 하나씩 만기가 돌아온다. 만기 때마다 재예치할지, 찾을지 선택할 수 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해지면 가장 빨리 만기 오는 예금을 기다리면 된다. 최대 1개월만 기다리면 되니까 중도해지보다 훨씬 낫다.
3. 예금 가입 전에 확인할 것
상품설명서에 중도해지 금리가 반드시 적혀 있다. 가입 전에 꼭 확인하자. 은행마다 차이가 크다. 같은 3% 금리 상품이라도 중도해지 금리가 기본금리의 80%인 곳이 있고, 30%인 곳이 있다.
중도해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기본 금리가 조금 낮더라도 중도해지 금리가 관대한 상품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이건 금리표만 봐서는 알 수 없고, 상품설명서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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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상황 | 권장 행동 |
|——|———-|
| 비상금 | CMA 또는 파킹통장에 보관 (예금 금지) |
| 확실히 안 쓸 돈 | 정기예금에 넣기 |
| 언제 필요할지 불확실 | 기간 나눠서 사다리 예금 |
| 이미 예금에 넣은 비상금 | 가능하면 만기까지 버티기 (중도해지 손해 큼) |
가장 중요한 건 이거다. 예금에 넣는 돈은 “확실히 안 쓸 돈”이어야 한다. 불확실한 돈을 예금에 넣는 건 금리를 받는 게 아니라, 중도해지 패널티를 예약하는 거다.
나는 비상금을 따로 빼두고 나서부터 돈 관리가 훨씬 편해졌다. 예금 만기까지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고, 급한 일이 생겨도 예금 해지할 고민을 안 해도 된다. 이 간단한 구분 하나가 이자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금리 및 중도해지 조건은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2026년 3월 공시) 및 각 은행 상품설명서 기준이며, 실제 조건은 가입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